경험을 찾는 사람이 물방울에게 길을 묻는다
The Man Seeking Experience Enquires His Way of a Drop of Water
테드 휴즈
「이 작은 물방울, 대기의 布施포시,
사람들이 지켜보는 무한한 푸른 공간으로부터 나오는―
(어디에, 어디에 천사들은 있는 것일까?) 문에서 나는 바람과,
투스카로라人인, 구름, 찻잔,
땀 흘리는 승리자와 썩어 가는 죽은 새로부터 나오는―
이 작은 물방울은 멀리 여행했고 열심히 공부했다.
「이제 우리 부엌 벽의 크림색 페인트에 달라붙어 있다.
나이 든 눈이여! 최초의 지구 중심의 보석이
어둠과 巨獸거수의 몸뚱이, 목재 위에 순간적인 섬광을 내며
번쩍이고, 인간의 손이 그를 똑바로 끌어 올리는 것을 보았던
심장―머리―신경이 연결되는 수정체들도 없이
이것은 여전히 투명하고 둥글게 매달려 있다.
「높은 대성당 속에 들어 있는 뇌와 두더지의 귀, 냉동된 물고기,
호랑이 동맥 같은 도살장,
개 창자같은 빈민굴에서의
여행을 연구했고, 그의 빛나는 눈길이
이겨내지 못한 곳이 없었고, 해결하지 못한
문제도 없었다.
존경스러운 연장자여! 우리로 하여금 당신에게 배우도록 하소서.
우리에게 교훈을, 경험이 어떻게
이 보잘것 없는 부엌 벽에 지금 매달려 있는 그대를
지치게 또는 새롭게 만들었는지 하는 교훈을 읽어 주소서.
말씀의 숨결을 말씀의 음절이라는 거울에 응축시킨
오 이슬방울이여.」
그래서 그는 크고 당당하게 말하고는,
작은 물방울의 친족인 림프액과 혈액이라는 형제자매들이
그가 물방울 자체를 위해 말하는 것을 듣고 난 후,
대답을 기다리고 서 있었다, 자신의 본질을 모두 알고서.
이 작은 물방울은 여전히 투명한 단순한 물이었다.
그것은 태어난 지 한 시간밖에 안 된 아기가
장난감이나 수줍어하는 옹알거림에 반응하듯 반응했다.
그러나 어둠으로부터, 감각이 복잡한 조직 속으로
세계를 짊어진 기괴한 <我아>가 들어온 그때의
그 첫 창조 속 외로움의 울음을 알고 난 후
생살의 충격 아래서 무의식 상태로
오래, 오래 찡그리며 누워 있는 아이처럼.
-청하 세계문제시인선집[1] <물방울에게 길을 묻다> 테트 휴즈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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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서점에서 오랫동안 벼르다 테드 휴즈 시집을 얻어내고 기쁜 맘에 옮겨 놓았던 시 한 편.
당시 절판은 둘째 치고 1986년 초판본이기까지 해서 겁나 비싸게 구입했다고 사족에 적어놓았다. 그럼에도 박정대 초기시집 단편들보단 저렴했다고...
테드 휴즈는 실비아 플러스의 남편으로 익숙한데 둘의 인연은 참 비극적이고도 우울하게 얽혀 있다.
그의 외도 때문에 아내 실비아가 그 유명한(이라고 쓰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방법으로 자살하고
심지어 바람핀 여자도 실비아와 똑같은 방법으로 자살, 결국 테드 휴즈는 여자 둘을 죽인 살인자로 손가락질 받으며 남은 여생을 살았으니 말이다.
가장 아이러니한 부분은 그렇게 자식들과 남겨진 이후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수많은 작품들을 썼는데 희곡, 소설, 시 안 가리고 온갖 장르를 다 섭렵했다는 거다. 무려 동화까지.
어릴 적인 드라마틱한 부부의 서사가 마냥 흥미로웠는데 나이를 훨씬 더 먹고 새삼 이렇게 보니 그냥 둘 다 만만찮은 또라이들이었구나 싶다.
그 덕분에 21세기에 사는 평범한 아무개는 둘이 남긴 작품을 읽으며 감사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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