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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호 詩 <0년>

0년

조연호

 

  인간의 마음을 탐구한 사람은 줄곧 꿈에게 실수만 하고 있었다

  어둠을 만져보고 덜 마른 눈물로 이해하는 소경 여자가 있었다

  사물에 대한 의부증으로

  첫 비행을 배우던 당신의 위험한 초기시대

  그들과 그녀들은 초인이 되려 하는 것이다,

  몹시 꿈꾸고도 전례가 없는 인간을 말이다

 

  그리고 늦은 오후 한적함으로 이루어진 애들의 성욕

  마지막 환자는 그후의 환자처럼

  환자마다 깊이가 다른 차이를 만들고 있었다

 

  월식이 있을 것이다

  일식이 있을 것이다

  합삭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리가. 나는 요한 히르카누스 시대의 짧은 동전에도 입맞춤했는데

  눈먼 자의 심정으로 옥추경(玉樞經)도 외웠는데

 

  여름 시장에 물무늬 뒷다리가 돋을 때

  조용한 입으로 어두운 턱을 벌릴 때

  허약한 알이 사라지는 마술을 품을 때

  나는 삭은니 같은 내 눈을 고요히 뽑는다

 

  주삿바늘을 찌르고 난 후의 좋은 냄새가 주관식에서 흘러나왔다

  국어 문제 속의 빈칸은 짐승새끼들 보듯 우릴 쳐다보았는데

  생전 처음 정직한 소년이 되어 유리창을 깼다

  돌아오는 길은 장마의 첫날, 두꺼비 한 쌍을 눌렀다

 

  헌집을 새집으로 바꾸려 할 때 두꺼비는 말했지,

  당신 엄마의 모든 빈칸을 저에게 부어주세요

  빈집 하나는 반드시 허공에 남아

  내가 다리가 모자란 짐승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4개의 열살이 지나갔다

  4.4444… 개의 아홉살이 지나갔고

  단 한 개가 무한개만큼 처량했다

  처량함을 빼앗기지 않을 유일한 방법으로 잠만 자던 나날

  발아래 인간의 신분이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모든 밤을 눌러보기 위해

  빛나는 밤하늘 따위가 아름다움을 지키고 있었다

 

  내 잔을 마시라,는 명령에 너무 깊이 감동하여

  점점 타계적이요 저세상적인 첫 시대를 떠나지 못한 채

  별자리의 여러 짐승은 자기 목을 물고

  여름에서 겨울로 하염없이 돌고 있었다

 

  그의 이러한 집례(執禮) 시기는 수줍고 창백했다

  마을이 사라지는 이야기에 나침반 바늘을 맞추고

  교부(敎父)는 밤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이렇게 찾아갔다

  인간은 밤이 한 반성의 일부일 테니

 

  거울은 목 위쪽과의 내기에서 꼭 눈물을 걸 테니

  다만 너만은 그걸 모르길

  월경 끊긴 딸은 유리창 밖 풍경을

  하위신(下位神) 여자의 허벅지에 칠한다

 

  0개의 생의 힘겨룸이 지나갔다

  약 365.25개의 하루가 지나갔고

  꿈은 나를 낮잡아 부르고 있었다

  독수도승을 괴롭히기 위해 외로움은 종종 가족에 대한 노래를 불러주었다

  오, 내가 진짜 악령이 아니길 바란다는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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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2, 12:23 오후


오늘도 하루종일 벙어리 같이 말을 못하는 내 어버버한 말을 멍청하게 꾸짖고 그래도 퇴근하는 길엔 노을 빛에 잠긴 구름이 남긴 여운으로 하늘색이 참 예뻤다.
하루에 사소한 것으로 하나의 희망을 찾는 법을 배운다면 당분간 죽고픈 괴로움은 잊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괴로워하는 일은 정말 괴롭고 힘들다.
모두가 저마다 가진 짐의 무게로 괴로워한다. 겉으론 웃고 있어도 속으론 슬퍼하는 양면성이 그들이 웃을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알게 모르게 새어나온다.
진심으로 웃는다는 건 어느새 참 희귀한 일이 된 듯하다. 웃으면 건강해진다는데 사람들이 건강을 추구하는 건 행복을 추구하는 것마따나
이젠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모두 이상적인 가치관을 향한 바람으로 들린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이 가져야 할 당연한 권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멀어진 걸까.
(12.08.14. am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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