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01, 5:27 오전
1.
거의 반 년 만에 이 공간에 새로운 일기를 쓰고 있다. 아니, 사실은 1월 19일자로 임시저장된 쓰다 만 일기가 하나 있긴 하더라.
걱정 없이 한가롭고 여유롭게 백수의 삶을 즐기는 내 들뜬 모습이 짧은 몇 문장 속에 잔뜩 묻어나는데 그게 어찌나 새롭게 보이던지.
하긴, 한창 출국 준비할 때니까 여권 만들고 짐 싸면서 그저 생전 처음 국제선 비행기 탄다는 생각만으로 신났을 때였지.
그렇게 한국을 떠나 어느새 요르단에 온지도 3개월이 지났다. 4월에 2달 연장한 비자도 벌써 오늘로 기한이 끝난다.
3개월 단위로 계약하는 마푸르셰도 더 연장할지, 아님 새집을 구하거나 시골에 있는 빈집으로 들어갈 지도 고민중이다.
이 집에서 산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집 문제가 엮이니까 시간 빠른 게 확실히 더 크게 체감되더라.
5월 27일에 라마단이 시작된 이후로 웬일인지 늘 북적이고 시끄러운 이 도심가마저 정말 낯설만치 밤낮이고 조용해졌다.
물론 한 블럭 너머에 이 도시에서 가장 차량 통행이 많은 메인 스트리트가 있어 뭐 엄청 차이나게 조용해졌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한 달 동안 반나절 금식을 해서 그런가 웬만하면 집에서 잘 안 나오는 모양이다.
덕분에 라마단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나도 덩달아 휴식 아닌 휴식 기간을 갖게 되었다.
다들 이 한 달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니 마음껏 누리면서 쉬라고 말들 하지만 언제나 생각이 많은 내가 편히 쉴 리가 없지.
항상 나를 괴롭히는 돈 문제도 있고, 한국에 돌아간 뒤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당장 쉴 새 없이 떠오르는 온갖 걱정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요즘 날 가장 괴롭히는 건 외로움 같다. 당장 6월 말에 떠나 보내야 할 분들이 많다는 것도 부정하고 싶고.
처음 출국을 결심했을 땐 나름 한국에서 자취 할 만큼 해봤으니 1년 혼자 사는 것쯤이야 별 일 아니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까 언어, 문화, 인간관계부터 시작해서 먹는 것이나 생활 방식까지 모든 게 새롭더라.
그것들이 흥미롭거나 재밌으면 모르겠는데 그 모든 새로움에 적응하려니 늘 온 몸과 온 신경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나날들이었다.
그래선가 두달 쯤 지나고 아주 조금 긴장이 풀리니 엄청 큰 몸살이 찾아왔다. 내가 기억하는 생애에 손 꼽을 정도로 아팠던 날이었다.
뭐 이렇게 구구절절 남들한테 못하는 내 속얘기만 떠들긴 했는데 아무렴 마냥 행복할 순 없듯 마냥 힘든 것도 아니다.
누굴 만나도 입 한 번 못 열고 해석해주는 말만 들으면서 끄덕였던 내가 고작 세 달째 아랍어 걸음마 떼는 실력으로
무슬림들과 짧은 대화도 나누고 혼자 장도 보고 버스도 타고 다니는 게 어디냐! 그것만으로도 스스로 기특하다.
항상 내가 저지르는 대책 없는 일들로 인해 우리 가족이 고생하는 게 내가 갚아야 할 최대의 빚이긴 한데,
그 중에서도 TOP3에 꼽히는 이번 일마저 엄마가 없는 살림에 뒷바라지 하느라 갖은 고생을 다 하면서도 그러시더라
-한국에서보다 요르단에서 내가 더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더 그분께 쓰임 받는 삶을 살고 있단 확신이 든다고.
그러니 아무 걱정 하지 말고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면서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누리고 기억에 담으라고.
우리 둘은 얼어붙지 않을 거야 바다 속의 모래까지 녹일 거야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얼어붙은 아스팔트 도시 위로
2.
어디서 주워 들은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내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실수를 할까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전부터 체감하고 있었지만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쌓이고 쌓이다 요즘엔 거의 터지기 직전까지 온 것같다.
항상 글을 써야지, 근데 좋은 글을 쓰고 싶어, 진짜 멋진 글을 쓰고 싶어, 사람 맘을 쥐어 흔드는 글을 쓰고 싶어! 하다가
그 두려움과 부담감이 내 두 손을 묶고 눈을 가려 결국 작가란 허울만 단 채 뭐 하나 제대로 된 글을 써내질 못하게 만들었다.
그게 짧은 시간이 아니다 보니까 내 머리와 손도 굳고, 문창과 다니면서 배운 스킬도 다 까먹고 하여튼 빈 껍데기나 다름 없는데
희한하게 갈수록 상황이 내가 글을 쓸 수 밖에 없도록 흘러가는 묘한 느낌이 들어서. 전에 악에 받쳐 공모전 준비하던 때완 또 다르다.
차라리 이렇게 된 거 그냥 펑 터져 버려서 내가 각성을 하든 아님 포기를 하든 모 아니면 도가 됐음 좋겠다.
그래야 죽든 말든 할 거 아냐. 사실 나는 당장 내일조차도 너무나 두려운 하루를 살고 있거든. 뭐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그냥 두려워.
수없이 기도하고 성경 읽으면서 애써 정상인인 척 살아가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당신은 알고 계시기에
“내가 환난 중에서 여호화께 아뢰며 나의 하나님께 아뢰었더니 그가 그의 성전에서 내 소리를 들으심이여 나의 부르짖음이 그의 귀에 들렸도다 (삼하22:7)”
…그가 위에서 손을 내미사 나를 붙드심이여 많은 물에서 나를 건져내셨도다
나를 강한 원수와 미워하는 자에게서 건지셨음이여 그들은 나보다 강했기 때문이로다
그들이 나의 재앙의 날에 내게 이르렀으나 여호와께서 나의 의지가 되셨도다
나를 또 넓은 곳으로 인도하시고 나를 기뻐하시므로 구원하셨도다
여호와께서 내 공의를 따라 상 주시며 내 손의 깨끗함을 따라 갚으셨으니
이는 내가 여호와의 도를 지키고 악을 행함으로 내 하나님을 떠나지 아니하였으며
그의 모든 법도를 내 앞에 두고 그의 규례를 버리지 아니하였음이로다
내가 또 그의 앞에 완전하여 스스로 지켜 죄악을 피하였나니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내 의대로, 그의 눈앞에서 내 깨끗한 대로 내게 갚으셨도다
자비한 자에게는 주의 자비하심을 나타내시며 완전한 자에게는 주의 완전하심을 보이시며
깨끗한 자에게는 주의 깨끗하심을 보이시며 사악한 자에게는 주의 거스르심을 보이시리이다
주께서 곤고한 백성은 구원하시고 교만한 자를 살피사 낮추시리이다
여호와여 주는 나의 등불이시니 여호와께서 나의 어둠을 밝히시리이다
내가 주를 의뢰하고 적진으로 달리며 내 하나님을 의지하고 성벽을 뛰어넘나이다
하나님의 도는 완전하고 여호와의 말씀은 진실하니 그는 자기에게 피하는 모든 자에게 방패시로다
여호와 외에 누가 하나님이며 우리 하나님 외에 누가 반석이냐
하나님은 나의 견고한 요새시며 나를 안전한 곳으로 인도하시며
나의 발로 암사슴 발 같게 하시며 나를 나의 높은 곳에 세우시며
내 손을 가르쳐 싸우게 하시니 내 팔이 놋 활을 당기도다
주께서 또 주의 구원의 방패를 내게 주시며 주의 온유함이 나를 크게 하셨나이다
내 걸음을 넓게 하셨고 내 발이 미끄러지지 아니하게 하셨나이다
내가 내 원수를 뒤쫓아 멸하였사오며 그들을 무찌르기 전에는 돌이키지 아니하였나이다
내가 그들을 무찔러 전멸시켰더니 그들이 내 발 아래에 엎드려지고 능히 일어나지 못하였나이다
이는 주께서 내게 전쟁하게 하려고 능력으로 내게 띠 띠우사 일어나 나를 치는 자를 내게 굴복하게 하셨사오며
주께서 또 내 원수들이 등을 내게로 향하게 하시고 내게 나를 미워하는 자를 끊어 버리게 하셨음이니이다
그들이 도움을 구해도 구원할 자가 없었고 여호와께 부르짖어도 대답하지 아니하셨나이다
내가 그들을 땅의 티끌 같이 부스러뜨리고 거리의 진흙 같이 밟아 헤쳤나이다
주께서 또 나를 내 백성의 다툼에서 건지시고 나를 보전하사 모든 민족의 으뜸으로 삼으셨으니
내가 알지 못하는 백성이 나를 섬기리이다
이방인들이 내게 굴복함이여 그들이 내 소문을 귀로 듣고 곧 내게 순복하리로다
이방인들이 쇠약하여 그들의 견고한 곳에서 떨며 나오리로다
여호와의 사심을 두고 나의 반석을 찬송하며 내 구원의 반석이신 하나님을 높일지로다
이 하나님이 나를 위하여 보복하시고 민족들이 내게 복종하게 하시며
나를 원수들에게서 이끌어 내시며 나를 대적하는 자 위에 나를 높이시고 나를 강포한 자에게서 건지시는도다
이러므로 여호와여 내가 모든 민족 중에서 주께 감사하며 주의 이름을 찬양하리이다
여호와께서 그의 왕에게 큰 구원을 주시며 기름 부음 받은 자에게 인자를 베푸심이여
영원하도록 다윗과 그 후손에게로다 하였더라 (삼하22:17~51)
다윗의 승전가가 머지 않아 내 승전가로 불리길 간절히 바라며,
당신의 이름과 뜻에 따라 이 모든 것 간절히 기도합니다.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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